펜타닐 쇼크 (2): 실패한 의료 전략의 비참한 대가

김현성
김현성 인증된 계정 · 포동포동 고양이 힝고
2023/06/05
우리가 펜타닐 대유행을 (펜타닐 쇼크: 죽음의 마약은 어떻게 미국을 덮쳤나 (1) 참조)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마리화나나 코카인, 필로폰과 헤로인 같이 외부에서 유입되어 시장을 형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펜타닐은 엄연히 진통의 목적으로 개발된 합법적인 약물이었으며, 병원의 처방을 통해 시나브로 중독자를 늘려나가다가, 아편유사제 진통제의 처방이 법적으로 중단된 이후 그 외부효과로 헤로인 또는 기타 아편유사제 혼합 마약의 중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펜타닐 대유행 사태에 대해 먼저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1)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진통제를 복용할 수밖에 없었는가?
(2) 왜 그렇게 많은 의사들은 진통제를 처방할 수밖에 없었는가?


사실 (1) 은 (2) 의 직접적인 결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의료비용이나 약가가 높은 국가에서는 사람이 질병에 걸렸을 때 '우선 통증만 줄이고 버티는' 선택지가 가장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병원에서 진통제를 우선 처방하는 것은 다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통증이라는 것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는 '관점' 의 문제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1. '제5의 바이탈 사인' 으로 등장한 통증

바이탈 사인(Vital Sign, 활력 징후)이라는 말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체온(Temperature), 호흡(Respiration), 맥박(Pulse), 혈압(Blood Pressure), 산소포화도 (Oxygen Saturation) 5가지로 나뉘는데, 1996년 미국 통증학회에서는 이 5가지의 바이탈 사인에 통증(Pain) 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매체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바이탈 사인의 모습.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적인 바이탈 사인은 인체의 생체 조직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객관적인 수치로 산출이 가능하다. 우리가 체온이나 맥박을 측정할 때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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