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가 노력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이유
2023/12/28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었으면"
이준석 대표가 공개한 개혁신당 슬로건이다.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나온 초안이겠지만 이대로 쓰지 않는 편이 좋아 보인다. 군더더기가 많고 운율감이 없어서, 진지한 정치 슬로건이라기 보다는 커뮤니티 댓글 같아 보인다. 우선 '들(등)'은 빼도 된다. 영어는 단어를 꼬박꼬박 복수형으로 바꿔야 하지만, 한국어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오늘보다'도 빼도 된다. '더 나은 내일'이라는 말 덕분에 굳이 오늘을 넣지 않아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서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노력하는 모두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기를"
사실 문장 다듬기는 큰 의미 없다. 이준석 대표가 슬로건에 어울리는 정당을 만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를 강조해 왔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모든 사람은 진학하고 취업할 때 똑같은 규칙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할당제나 가산점은 불공정하다. 또한 각자가 자기 능력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국가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교육이 계층 사다리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이준석식 능력주의의 핵심은 똑같은 경쟁 절차와 그 절차에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다.
이준석식 능력주의는 언뜻 보면 혁신적이다. 그래서인지 기득권과 할당제에 분노한 청년을 맹목적인 지지자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준석식 능력주의는 정말 충분한 대안일까? 진학과 취업 경쟁에서 규칙을 정돈하고, 경쟁에 참여할 자격을 보다 포괄적으로 나누기만 하면,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준석...
이준석 대표가 공개한 개혁신당 슬로건이다.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나온 초안이겠지만 이대로 쓰지 않는 편이 좋아 보인다. 군더더기가 많고 운율감이 없어서, 진지한 정치 슬로건이라기 보다는 커뮤니티 댓글 같아 보인다. 우선 '들(등)'은 빼도 된다. 영어는 단어를 꼬박꼬박 복수형으로 바꿔야 하지만, 한국어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오늘보다'도 빼도 된다. '더 나은 내일'이라는 말 덕분에 굳이 오늘을 넣지 않아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서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노력하는 모두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기를"
사실 문장 다듬기는 큰 의미 없다. 이준석 대표가 슬로건에 어울리는 정당을 만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를 강조해 왔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모든 사람은 진학하고 취업할 때 똑같은 규칙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할당제나 가산점은 불공정하다. 또한 각자가 자기 능력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국가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교육이 계층 사다리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이준석식 능력주의의 핵심은 똑같은 경쟁 절차와 그 절차에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다.
이준석식 능력주의는 언뜻 보면 혁신적이다. 그래서인지 기득권과 할당제에 분노한 청년을 맹목적인 지지자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준석식 능력주의는 정말 충분한 대안일까? 진학과 취업 경쟁에서 규칙을 정돈하고, 경쟁에 참여할 자격을 보다 포괄적으로 나누기만 하면,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준석...
무분별한 자기계발론과
자유방임주의에 맞섭니다.
법치국가와 사회연대를 결합하려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더칼럼니스트 창간 1주년 기념 칼럼 공모전 당선
얼룩소 에어북 공모 1회차 선정 '함께 자유로운 나라' 출간
얼룩소 에어북 공모 6회차 선정 '좌업좌득' 출간
@써몬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윤형중 감사합니다 ㅎㅎ
탁견입니다! 잘 읽었어요. 이준석 대표에게 철학 뿐 아니라 문장까지 가르쳐 주시는군요.
@노이즈 NoEase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능력을 발전시키며 사는 것을 가장 높은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에게 배웠습니다.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각자가 능력에 맞게 일하고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능력주의 사회가 필요한데,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지대와 상속 문제를 꼭 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준석식 능력주의는 지대와 상속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성별 격차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구요. 운의 영역을 없앨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준석식 능력주의보다는 더 많은 영역을 관리할 수는 있으리라 믿습니다.
자유, 능력, 노력, 그리고 그걸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 이것들이 우리사회에서 마치 최상의 가치로 여겨지는 거 같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충분히 능력주의적'인지 저 또한 의심스럽지만, 그가 이런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꽤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이완님의 주장 대부분에 동의하면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마구 떠올랐습니다.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능력이 돈을 잘 벌고, 시험에 통과하는 것뿐일까요? 사람들의 고통을 알아보고, 이들을 돌보고, 문제화하고, 연대하여 해결 방법을 찾는 것. 그 외에도 사람의 능력으로 상상 가능한 것은 정말로 다양합니다. 그러니 이준석의 신당이 발견하고 인정하고 하는 노력이 어딘가에 쏠려 있다면,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그의 빈약한 상상력을 함께 지적해야겠습니다.
한편,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하는 사회를 꿈꾼다면 성차별의 문제를 빠지지 않고 다뤄야 할 텐데요. 한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초월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2009년으로 기억합니다) 여성과 남성의 능력 차이가 사라진 현재,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성별간 임금격차의 문제나 여성들이 마주하게 되는 유리천장의 문제, 이미 많이 발각된 성차별한 채용 비리의 문제 등이 이준석의 신당이 해결해야할 주요한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가 이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할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을 '능력'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딘가 크게 뒤틀려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와 사회에게 태어나기 전부터 수많은 '운'을 할당받은 이들이 자기 성취 없이도 우월감을 느끼고, 반대로 '운' 없이 태어난 이들이 끝모를 패배감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목격하며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From. 노이즈의 '구'
@노이즈 NoEase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능력을 발전시키며 사는 것을 가장 높은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에게 배웠습니다.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각자가 능력에 맞게 일하고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능력주의 사회가 필요한데,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지대와 상속 문제를 꼭 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준석식 능력주의는 지대와 상속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성별 격차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구요. 운의 영역을 없앨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준석식 능력주의보다는 더 많은 영역을 관리할 수는 있으리라 믿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탁견입니다! 잘 읽었어요. 이준석 대표에게 철학 뿐 아니라 문장까지 가르쳐 주시는군요.
자유, 능력, 노력, 그리고 그걸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 이것들이 우리사회에서 마치 최상의 가치로 여겨지는 거 같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충분히 능력주의적'인지 저 또한 의심스럽지만, 그가 이런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꽤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이완님의 주장 대부분에 동의하면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마구 떠올랐습니다.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능력이 돈을 잘 벌고, 시험에 통과하는 것뿐일까요? 사람들의 고통을 알아보고, 이들을 돌보고, 문제화하고, 연대하여 해결 방법을 찾는 것. 그 외에도 사람의 능력으로 상상 가능한 것은 정말로 다양합니다. 그러니 이준석의 신당이 발견하고 인정하고 하는 노력이 어딘가에 쏠려 있다면,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그의 빈약한 상상력을 함께 지적해야겠습니다.
한편,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하는 사회를 꿈꾼다면 성차별의 문제를 빠지지 않고 다뤄야 할 텐데요. 한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초월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2009년으로 기억합니다) 여성과 남성의 능력 차이가 사라진 현재,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성별간 임금격차의 문제나 여성들이 마주하게 되는 유리천장의 문제, 이미 많이 발각된 성차별한 채용 비리의 문제 등이 이준석의 신당이 해결해야할 주요한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가 이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할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을 '능력'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딘가 크게 뒤틀려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와 사회에게 태어나기 전부터 수많은 '운'을 할당받은 이들이 자기 성취 없이도 우월감을 느끼고, 반대로 '운' 없이 태어난 이들이 끝모를 패배감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목격하며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From. 노이즈의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