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여성사회연구
이난희.여성사회연구 · 작가, 번역가,연구자
2024/01/13


 나 어릴 땐 아빠에게 혼나고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맛도 모르고
 귀한 줄도 모르고
 그렁그렁 눈물을 참아가며
 입을 삐쭉이며 
 
 나 커서는 아빠의 정치 얘기가
 밥을 먹을 때면
 거북해 또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체할 것도 같았지만
 제대로 말도 못하고 

 나도 머리가 아빠처럼 하얘지니
 아빠의 옛날 얘기가
 밥을 먹을 때면 노래같다.
 아직 말씀을 잘 하시니
 다행이다 안도하며 밥을 먹는다.
 전쟁 얘기
 이사 애기
 상 받은 얘기
 늘 같은 얘기지만
 노래처럼 편하다
 반찬은 별것 없어도
 밥은 꿀맛이다. 
 
 밥을 먹으며
 아빠를 알아간다.
 늘 먹는 밥처럼
 늘 곁에 있던 아빠인데
 낯설게 발견한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믹스 커피 한잔, 여성신학 한스푼,”“방구석 여행가들의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니?(공저)” 등의 책을 썼습니다.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공역),” “뚱뚱한 예수(공역)” 등을 번역했습니다.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에 비정기로 글을 기고합니다. 여성신학 박사로 강의를 했고, 여성,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한글 및 영어 에세이를 씁니다.
122
팔로워 127
팔로잉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