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파격과 일상성의 기막힌 조화
2024/04/06
‘나만 알고 싶은 밴드’라는 말이 있다. 나는 좋아하지만, 남들도 다 좋아해서 유명해지는 건 왠지 서운하다는 양가감정이 담긴 표현이다. 그러나 진짜로 나만 알면 창작자는 뭘 먹고 사나. 그래서 나는 남들도 이미 알 것 같지만, 행여나 몰라서 못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아까운 작품을 만나면 호객을 열심히 한다. 여성 작가의 여성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조회수 더 올랐으면, 작가님 돈 많이 버셨으면, 2차 저작물 판권도 팔렸으면!
그래서 언젠가 한 드라마 작가님을 만났을 때, 나는 마치 평양냉면을 자기가 발명하기라도 한 양 의기양양하게 구는 미식가처럼 으쓱거리며 정영롱 작가의 <남남>을 추천했다.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 모녀 이야기라는 말에 그 자리에서 작품을 검색하고 클릭한 작가님은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성인…작품이네요?”
아… 맞다. <남남> 1화는 무더운 여름날 밤 집에 돌아온 딸 진희가 거실에서 자위하는 엄마 은미를 목격하며 시작된다. (그래서 성인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부모와 같이 TV를 보다 키스 신만 나와도 어색해서 물 뜨러 가는 척 자리를 피하는 게 대부분 한국 가정 분위기인데, 40대 엄마의 성생활을 봐 버린 20대 딸이라니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