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 채광석 평전 제2장 격랑의 세월 속에서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03
박선욱 지음 채광석 평전 제2장 격랑의 세월 속에서
   
   
4월 독서회 사건과 통혁당 사건
   
   
광석이 1968년 대학생활의 첫발을 내딛던 서울대 사대 청량리 캠퍼스는 축제와 젊음의 열기가 감도는 낭만적인 곳만은 아니었다. 봄기운이 완연한 캠퍼스 사이로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고, 불길한 소식이 서클 룸이나 도서관 혹은 학생식당에 가득 퍼져 나갔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발했지만, 봄은 화사함 속에 우울함을 숨기고 있었다.
신입생이 된 광석은 처음에는 하숙생활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시골 출신인 광석도 아르바이트 가정교사 일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아버지 채규송은 운산 면장을 하고 계셨지만, 워낙 청렴한 분이라서 남의 뒷돈을 받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지방공무원들 중에 민원을 구실삼아 호주머니를 불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채규송은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한 것을 생활신조로 평생을 이어왔다.
채규송은 그저 묵묵히 면장의 소임을 다할 뿐이었다. 부친이 땅이 많은 부자라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부친의 소유였을 뿐, 정정하게 살아계시는 부친의 재산을 내 것같이 여기고 눙치는 의뭉함이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채규송은 본래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전답이 약간 있어 남부럽지 않게 논농사를 하며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유지해 왔었다. 그러나 안면 면장을 하던 1960년대 이래 논농사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4.19 직후 직선제로 민선 면장에 당선된 후 최초의 부임지는 안면면이었다. 그러나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사정부는 모든 공직자들의 직위를 일시에 해제시켜버렸다. 그 바람에 안면 면장을 1년 동안 하던 채규송은 다시 논농사를 하는 농민으로 돌아갔다. 1963년, 채규송의 매제가 육군 소장으로 진급을 했다. 그는 당시 서산 군수보다 군 서열이 높았기 때문에 “4․19때 민선으로 당선된 면장을 복직시키라”고 명령하여 채규송을 복직시켰다. 군사정권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채규송은 1년쯤 뒤 또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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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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