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fragile we are :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23

​생강나무의 의태(擬態)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겉도는 친구를 보게 되면 그 친구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 천성이다, 다정한 목소리로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 그런데 사실.......      나 또한 물보다는 기름에 해당되는 쪽이었다.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고, 주류 집단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오래 전 일이다. 서대문 도서관에서 ●●●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가을 볕에 바짝 마른 나물처럼 수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몸이었다. 그를 도서관 휴게실에서 종종 마주쳤지만 어느 누구도 그와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형색이 초라했을 뿐만 아니라 행동은 산만했고 눈동자는 늘 불안했다.
그 친구가 휴게실을 벗어나면 여기저기서 이상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저 새끼, 미쳤다며 ? 도서실에서 여러 번 사고를 친 모양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누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뒤를 돌아다보니 그 친구였다.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초롱초롱한 그 눈동자. 그 친구는 늘 고개를 숙이고 우왕좌왕하다 보니 얼굴을 정면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잘생긴 얼굴이라기보다는 예쁜 얼굴이었다.  나는 그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나를 형이라 부르며 잘 따랐다.  그의 가방 속에는 사회과부도와 지리 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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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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