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의 방법론적 실험 - 이상 시의 한 경향

   

이상이 당시에 영향을 받은 서구 모더니즘은 그것이 동경을 통해서 들어왔든 파리, 베를린, 런던을 통해 들어왔든 모더니즘 초기의 격렬한 실험에 해당된다. 그는 이상적인 낭만주의에서 객관적인 사실주의, 그리고 주관적인 인상파에 이르는 계보를 정확히 꿰뚫어보면서 그가 살고 있는 시대의 주지적이고 실험적인 인상파에 깊은 이해에 도달한다. 대상을 몇 개의 기둥과 구로 이해한 인상파의 기법은 수학과 건축에 뛰어난 그가 그림과 문학을 할 수 있었던 근거가 되고 기하학적인 시, 숫자시를 낳게 한다. 

이상은 자신의 작품 곳곳에 자신의 창작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이러니, 패러독스, 위트 말고도 ‘기사(記事)’(『권태 』․ 『슬픈 이야기』), ‘종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술’(『휴업과 사정』), ‘고정된 기술 방법의 포기’․‘아름다운 복잡한 기술’(『지도의 암실』), ‘글자의 실수’(『종생기』), ‘오자의 삽입’(『동해』), ‘연상’(『선에 관한 각서5』․『첫번째 방랑』․『실화』), ‘모노그램’(『불행한 계승』) 등과 ‘자지레한 치레’․ ‘금칠’․ ‘재련재탕’(『종생기』), ‘위조’․ ‘기성품에 의한 글쓰기’(『날개』)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상을 둘러싼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상황은 이렇게 한편으로는 모더니즘에 맞는 불안과 공포의 집 없는 느낌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율과 전통에 기반을 둔 모더니즘의 완성에는 불리한 식민지 상황이었다. 그에게 압도적인 사상은 누군가에게 늘 조종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주어진 운명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의식은 첫 작품 『12월 12일』에서부터 끝 작품『종생기』에 이르기까지 밑바탕에 흐른다.

이상문학의 정신적 자장과 의식의 본체 및 표현법으로서의 수사학, 더 나아가 1930년대 서울(경성)이라는 공간의 근대적 체험으로부터 형성된 의식의 생리 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