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

이상미
이상미 · 작가, 강사
2024/03/21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
   
   
2월 초 광화문 교보에 갔을 때, 허정윤 작가가 쓰고 조원희 작가가 그린 『손을 내밀었다』라는 그림책을 선물 받았다. 제목을 읽고 나는 멈칫했다. 손을 내밀어도 표지 속 아이는 깨어나지 않을까봐 걱정되는 그림이었다. 어떤 그림은 그 뒤가 궁금하고 걱정되어 안타깝다. 
   
이 책은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책을 덮고 한동안 멈춰 있었다. 숨을 고르게 하느라 애를 썼다.
   
책은 면지부터 작은 빛으로 시작한다. 책을 넘기면 작은 불빛이 번진다. 모든 불빛은 따스하고 희망적이지 않다. 이 책에서 시작하는 빛은 폭력적이다. 전쟁의 불빛이기 때문이다. 다음 장면은 '뛰어!'라는 말이 나온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더 다급하게 만드는 말도 없다.
   
운동회 100m달리기를 할 때나 릴레이 계주를 뛸 때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나 깃발이 올라가며 울리는 호르라기 소리는 긴장되어도 평화롭다. 그 정도의 긴장으로만 살아도 세상은 살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울리는 총에 과연 나는 잘 뛸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에 빠졌다.
   
그렇게 막 뛰다가 가족들은 보이지 않고, 당연히 키우던 강아지나 염소를 챙길 수가 없다. 그동안 아끼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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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이며 책과 글을 매개로 하여 치유글쓰기, 그림책 스토리텔링강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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