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칼럼 전문: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려면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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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By 빌 게이츠(Bill Gates)
토마스 보즈니아코프스키(Tomasz Woźniakowski)
우리집 주방에서 불이 났다고 해보자. 화재 경보기가 울리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는 911을 부를 것이다. 직접 불을 꺼보려고 할 수도 있다. 아마 싱크대 아래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을 끄지 못하면, 안전하게 대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밖으로 대피했을 때에는, 소방차가 이미 도착해 있을 것이다. 이웃집에 불이 번지기 전에, 소방대원들이 집 앞 소화전을 사용해 불을 진화할 수 있다.

우리는 화재에 대비하는 방식처럼 다음 전염병에 대비를 해야 한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어지면, 집 하나를 태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전염병도 이와 같다. 다만 그 규모가 비할 바 없이 크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경험하며 모두가 너무 잘 알게 됐다시피, 한 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빠르게 그 나라 전체로 퍼지고, 곧 세계 전역으로 전파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한지 3년을 넘어섰다. 여러 경고가 있었음에도 초기 팬데믹에 대한 대비는 총체적인 실패의 결정판 같았다. 그런데 우리가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다. 다음번 팬데믹에 대한 전 세계적 대비는 기대만큼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의 반복을 막기에 아직 늦은 건 아니다. 우리는 위험이 다가오는 순간 즉각적으로 조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충분한 재원을 갖춘 국제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팬데믹을 진압할 소방서가 필요하다.

나는 WHO와 협업 단체들이 구축하고 있는 이른바 ‘글로벌 보건 긴급 대응단(Global Health Emergency Corps)’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는 세계 최고의 긴급 보건 지도자들이 모여 향후 팬데믹을 대비한 협력을 해 나갈 것이다. 소방대원들이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 훈련을 하듯이, 이들도 전염병 발생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국 정부와 의료계, 응급 의료 종사자 등 누구라도, 전염병 발생의 조짐이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숙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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