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최승자론 ㅣ 시대의 무력(武力)을 바라보는 시인의 무력(無力)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8/25

 
 
 

1. 못 잊어 개새끼

젊었을 때 흰색 무지 웃옷(라운드 티셔츠)에 모나미 유성 매직으로 글을 써서 입고 다녔다. 일종의 셀프 레터링(lettering) 패션인 셈이다. 지금도 몇몇 문장은 또렷이 기억한다. "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 "
이성복의 < 그해 가을 >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 옷에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아버지를 저주하는 패륜아'로 나를 오해했을 것이다. 내가 이 싯구에 매료되었던 까닭은 " 씹새끼 " 라는 욕 때문이었다. 문학에서 시라는 장르는 소설보다 한 단계 위인 형이상학(미학)일 터인데 美와 學의 영역에서 쌍욕이 중요한 시어로 쓰이다 보니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씹새끼도 미학이 될 수 있구나 !  이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면 어느 순간 갑분싸'가 되는 타이밍이 온다. 충과 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아버지에게 씹새끼라니.....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 _ 라니...... 도대체 저주와 패륜의 언어를 쏟아내는 저 새끼가 과연 사람 새끼란 말인가 ?

사람들은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곤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 아버지 " 라는 존재는 죽어야 할 운명이라 믿는다. 길을 가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아라한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권속을 만나면 권속을 죽이라 했으니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는 것도 당연한 소리'이다. 그리고 나무가 죽어야 나무가 산다. 산불은 숲의 재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건강한 숲 생태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재앙이다. 키 크고 넓은 아름의 거목과 고목은 빛을 독점한다. 식물에게 있어서 빛이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어린 나무 입장에서 보면) 산불은 어린 나무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이유는 아버지 살해를 주저했다는 데 있다.  아버지 살해는커녕 죽은 아버지를 숭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박정희는 죽었으나 여전히 박정희는 살아 있다.  거목이 쓰러지지 않고는 어린 나무가 자랄 수가 없듯이 아버지를 살해하지 못하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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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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