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이야기①] 학대 피해 아동의 신고 이후
2022/11/09
[에디터 노트]
alookso 원은지입니다.
제가 그동안 세상에 외쳤던 의제는 디지털 성범죄였습니다.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부터 최근 엘 사건까지 보도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목소리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보듬는 방식,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번 <아리 이야기: 학대 피해 아동의 신고 이후> 보도는 이런 맥락과 닿아 있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여린 피해자들이 처한 어려움은 피해자 ‘개인’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와 맥락’에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의 주인공은 10대 청소년 아리(가명)입니다. 친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용기 있게 피해 사실을 말했습니다. 고통을 참다 못해 선택한 신고였지만, 오히려 신고를 하고 나서 더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기사에 자세한 피해 묘사나 설명을 실을까 고민했지만, 최대한 덜어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에도 아리는 홀로 미래를 맞이할 테니까요.
아동 학대가 공론화되면 여론의 관심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쏠립니다. 재판에서 잘 처벌이 되면 아동 학대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처벌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건 보도 이후, 피해 아동의 삶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우리 사회의 관심이 진정으로 필요한 대목은 여기입니다.
적어도 아리의 경우,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난 아리는 ‘자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인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면서 온전히 숨 쉴 수 있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미성년자인 학대 피해 아동이 홀로 서기 어렵습니다. 무엇이 아리의 자립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요?
취재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의문은 ‘피해 아동을 지원하는 목표 중에 일상 회복이 포함돼 있기는 한 것일까?’였습니다. 그나마 아리는 그를 지지해주는 어른인 김예원 변호인을 만나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김예원 변호인과 같은 조력자를 만나지 못한 아동의 현실은 어떨까요? ‘아동의 말을 들어주는 어른이 없는 구조’. 여기에 주목해서 기사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아리 한 명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가 아동 학대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증언하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의 아동 학대 대응 체계의 어디를, 어떻게 고쳐나가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주세요. 한 아이가 스러진 후가 아닌, 바로 지금, 학대 피해 신고 이후 아이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수많은 ‘아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 아리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치열한 현장에 계신분이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치열한 현장에 계신분이 오셨군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