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무엇인가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0/03
영화 <노매드랜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집 없이 떠돌게 된 미국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다. 유목민을 뜻하는 노매드(nomad). 멸종한 줄로만 알았던 유목민은 경제위기로 인해 다시 세상에 등장하고 이제는 말이 아니라 차를 타고 미 전역을 누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펀 역시 차를 타고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며 살아가는 노매드이다. 

펀은 마트에 들렀다가 한 지인을 만난다. 그 지인은 펀에게 묻는다. 홈리스(homeless)가 맞느냐고. 그 말에 펀은 대답한다. 자신은 홈리스(homeless)가 아니라 하우스리스(houseless)라고. 펀에게는 건물로서의 집(house)은 없지만, 마음의 집(home)이라 할 수 있는 차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내가 그동안 거쳐온 많은 집들을 떠올렸다. 집이란 무엇인가.      

내게는 집이 없었다. 건물로서의 집은 있었지만,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은 없었다. 오랜 시간 내게 집이란 곳은, 정확히 말해 내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집이란 곳은, 늘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고 잔소리와 푸념이 배경음악처럼 깔려있는 곳이었다. 집에 들어가면 아빠는 어김없이 취해 있었고, 엄마는 나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하루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아빠라는 사람이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를 말하고 또 말했다. 

집에 있는 한 이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지워도 나는 편하지 않았다. 불을 끄고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누우면 비로소 엄마의 목소리로부터 놓여날 수 있었지만, 어김없이 냉장고에서 술병 꺼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성. 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지옥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차에 집착했다. 운좋게 어린 나이에 차를 갖게 됐다. 차는 이동수단인 동시에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차를 끌고 무작정 내달렸다. 집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내게 차는 집이었다. 발이 달린 집. 좋아하는 음악을 고막이 터질듯 크게 들으며 내달리면 자유로웠다. 집이란 자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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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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