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49재에 알게 됐다 by 원은지

할아버지는 49재에 알게 됐다

원은지 · 추적단불꽃

2022/12/16

비로소 12월 14일 이태원역에서 약 1,200걸음 떨어진 녹사평역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얼굴이 걸리고 이름이 불리는 분향소가 세워졌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47일 되는 날이었다. 12월 16일은 이태원 참사 49재다. 이날 오전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위령제가 열렸고, 오후엔 국내와 해외 각지에서 추모제가 개최됐다. 유가족에게 2022년 12월 16일은 이태원 참사 49일째 되는 날이 아닌, ‘첫째 날’이었다. 가족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지 49일이 된 지금에야 온전히 애도할 수 있게 된 첫 날.

16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이태원역 앞 도로에 마련됐다. 녹사평역 3번 출구로 나오자 14일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이날은 역 입구부터 경찰들과 역사 직원들이 시민들을 안내했다. 경찰이 몸으로 만든 벽을 따라 줄을 섰고 그 상태로 50미터 정도 직진했다.

“율무차 좀 드세요~” 영하 6도를 웃도는 날씨에, 자원봉사자들은 헌화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따뜻한 차를 건넸다. 그들을 지나쳐 이태원역 쪽으로 걸어갔다. 900걸음 정도 걷자, 이태원역 도로에 마련된 추모제 무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대 앞 도로 1차선부터 4차선까지 유가족들과 시민, 기자, 행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대를 가운데에 끼고 위치한 이태원 1번, 4번 출구는 물론 참사 지점 근처인 해밀턴 호텔 버스정류장 좌석에도 시민들이 빽빽이 자리했다. 이날 추모제 주최 측은 8,000여 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토록 많은 인파가 몰린 공간에, 두 번의 정적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