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집이지 너가 아니잖아 -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06/12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태어났다. 신길동에서 주로 살았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주소가 강 건너에 걸쳐 있어서 여의도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아버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격차라고 정의하던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교복의 핏이 달랐다. 딱 달라붙는 것이 멋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동네와는 달리, 강 건너는 좀 애매한 널널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멋이었다.

   아식스, 휠라, 라코스테, 이런 류의 단화만 보던 나에게, 나이키 포스, 로우, 조던, 아디다스 슈퍼스타, 닥터마틴 등, 이런 신발들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잔스포츠, 이스트 팩, 짭 프라다 옆 가방, 이런 가방만 가방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가방이 있는 줄 몰랐다.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강 건너에서 온 나와 같은 부류들은 알아서 티가 났다. 그 속에서 자연스레 진화를 택한 친구들도 있었다. 바지통이 점점 커지고, 신발은 날렵한 단화에서 두꺼운 농구화로, 가방은 나이키나 아디다스로.

   교회를 다녀서 진화를 거부한 건 아니었고, 할 수 있는 자본이 없었을 뿐이었다. 공부라도 잘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고 자연스레 어울리지 않는 툭 튀어나온 부품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운이 좋았던 것은 두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명은 러시아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왔던 친구라서 러쉬 라고 부르곤 했고, 한 명은 나랑 이름이 똑같은 강정주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녔던 녀석들이다.

   고2,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기억한다. 왜 너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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