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by 적적(笛跡)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2/15

수업에 들어가선, 교실 안에 몰래카메라가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어!'를 외치면서요. 처음 교실에 들어갔더니 아이들의 표정이 미묘합니다. 한 녀석은 급하게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몇몇은 제 얼굴을 보고 슬쩍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요. 혹시.....하는 불안감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빗나가질 않는지.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얼굴을 감싸안았습니다. "쌤, 죄송해요. 저희 다 숙제 못 했어요." 저는 제본 표지와 링을 사용해서 아이들에게 파일철을 하나씩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습지를 나눠줄 때마다 구멍을 뚫어 파일철에 정리를 하도록 해요. 그런데 단 한 명을 제외하고선 모두 책만 챙기고 파일철을 두고 왔다고 합니다. 한 명은 숙제를 안 했구요. "이거 몰래카메라지...? 설마, 진짜, 단 한 명도 안 했다고?" 장난을 담아서, 그리고 속상함을 가득 담아서 한 문장을 꺼내니 ...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2/15

한 아이가

젠더/청년/교육+1 생활/사건사고+3

연하일휘님 잘 지내시죠?

오늘 제주도엔 비가 왔다고 하던데 지금은 개었나요?
왜 전 그런 선생님이 없었을까요? 그렇게 웃으며 사랑으로 대해주시면 미안해서 숙제를 했을 텐데 말이죠.
이미 성숙하시고요 격려해주는 선생님 이고요 아이들이 연하일휘님을 잘 따르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선생님 이란 걸 알 거예요.

먼 훗날 제주도에서 자란 한 아이가 유명해져서 연하일휘님을 찾는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린 다음날 그 얘기로 얼룩소가 시끌벅쩍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