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미자!> : 여성 노동자 예찬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1/04

“여자들은 힘든 일도 안 하면서 권리만 찾잖아요.” 페미니즘 관련 글에 잊을 만하면 달리는 악플이다. 백날 팩트체크해서 알려줘 봐야 쇠귀에 경읽기 수준이니, 설득할 자신이 없다. 그저 ‘차단 후 삭제’ 처리가 최선의 대처법이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일부’ 남성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여성이 쉬운 일만 한다고 떠들어대는 걸까? 아니 성별 불문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있긴 한가. ‘일부’의 입장에서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성이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주장에는 단 1%도 동의할 수 없다.

가정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이 아니라 ‘집 안의 노동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장 갔다 오면 눈 깜짝할 새에 하루가 삭제된다. 여기에 ‘육아’가 더해지면 고생은 두 배다. 회사는 제때 월급 나오고 퇴근이라도 할 수 있지, ‘집안일’은 월급도 없고 퇴근도 없다. 24시간 무보수로 죽어라 일하고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집’이 아닌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1970년대 대한민국에 산업화 바람이 불어닥쳤다. 박정희 정부는 ‘여성’들을 ‘산업 역군’으로 호명하여 방직 공장, 고무 공장, 의류 제조 공장 등 3D 업종에 종사하게 했다.

노동자들의 피눈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은 가장 먼저 여성 노동자를 버렸다. 그렇게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갔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혔다. 21세기에도 여성 노동 잔혹사는 진행 중이다. 2021년에 보도된 ‘서울신문’ 오세진 기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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