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 와중에 책을 써? 만들어?] 우연과 무모함 사이 어딘가 ...
2024/05/09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
강을 건너면 타고 온 배를 굳이 불사르는 사람들이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불사르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 내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기를 가진, 그러한 삶의 태도를 지닌 이들.
물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혹시 모르니 타고 온 배는 어딘가에 조심스레 묶어두고, 조금 가보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있던 곳으로 언제든 돌아갈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역시 삶을 대하는 태도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돌아갈 배를 불사르는 사람들은 애초에 돌아갈 곳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그러니까 그건 이미 의지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다.
《가타카》는 차가운 근 미래사회를 그린 SF영화였다. 영화가 배경이 된 시대에는 인간이 인간을 낳지 않는다. 아이들은 미리 유전적으로 설계되어 시험관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났고 당연히 열성 유전자를 타고 났지만 최적의 우성 유전자로만 설계되어 태어난 동생과의 바다 수영에서 승리한다. 동생은 시합의 결과를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우월한 유전자에 의한 신체능력상 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의아해하는 동생에게 형은 말한다.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그들은 일단 나가면 누구도 도와줄 이 없는 바다에서 수영 시합을 했다. 우성 유전자를 지닌 동생은 그래서 당연히 돌아갈 것을 대비해 합리적인 힘 배분을 했다. 하지만 열성 유전자를 지닌 형은 살아남기 위해 힘을 남겨놓는 당연한 계산 따윈 하지 ...
사람들에게 버려졌을 뿐인 유기견이 들개라 불리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게 마음에 걸려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다큐의 마지막에는 사심(?)을 담아 길 위의 생명들을 위한 음악회도 열었다. 2023년에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반려동물 피해를 다룬 [인간의 마음]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동물원과 수족관, 펫숍이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염원한다. 몇 편의 영화와 다큐를 쓰고 연출했고, 2024년 3월, 첫 소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