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강변에서 뜨겁고 황홀한 키스를 - 연재소설 <황혼의 불시착> 2회
2023/09/27
지금 여자의 머리를 열고 뇌를 꺼내어 손으로 움켜쥐면
남자라는 설탕 시럽이 주르륵 흐를 것 같았다.
그 설탕즙을 받아서 과일에 입히면 탕후루를 한 바구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는 하루 종일 유리 상자 속 인형 같은 그 남자 생각만 했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점심 때 뭘 먹을까였는데 그 자리에 남자가 들어섰다.
원래는 밤에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궁리하는 일이 내일 점심에 뭘 먹을까였는데 그 자리도 역시 남자가 차고 앉았다.
남자 생각이 가슴을 꽉 채우고 턱 밑까지 차올라 있어서 숨쉬기가 힘들 때도 있었다.
여자의 뇌는 잠도 자지 말고 밥도 먹지 말고 남자라는 설탕즙만 계속 공급하라는 지령을 내린 상태였다.
여자는 병에 걸렸다.
세상 사람들 모두 걸리고 싶어하는 몽롱하고 달콤한 정신 질환.
여자는 뇌에서 천연마약이 뿜어져나오는 이 질환 안에서 되도록 오래동안 머물고 싶었다.
그러려...
조선일보와 오진영tv 유튜브로 시사 평론을 쓰는 칼럼니스트. 포르투갈어권 문학 번역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등 번역.
선생님 소설, 라틴문학의 농염함이 느껴져요. 한국문학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죠. 응원합니다!
선생님 소설, 라틴문학의 농염함이 느껴져요. 한국문학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