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벌받아 마땅한 세상 [더 글로리],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

Clara Cho
Clara Cho · 휘뚜루마뚜루
2023/03/13
[상속자들]에게 분노한 김은숙이  [죄와 벌]을 쓰면 [더 글로리]가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2013년의 [상속자들]과 2023년의 [더 글로리]를 비교해 보면 김은숙은 같은 작가가 맞나 의심될 정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돌변한 김은숙은 드라마 안에서 신적인 존재로써 징벌을 내리면서, 드라마 밖의 시청자에게도 말을 건다. 당신,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고.

권선징악의 드라마 더 글로리는 '징악'의 방식으로 인간사회의 법률이 아닌 종교적인 징벌을 선택한다. 아마도 세속적 권력이 법적 징벌을 피해 가는 것을 작가가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리라. 인간이 악인을 징벌하지 못한다면, 신이라도 징벌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력으론 해결하기 힘들 때, 우리는 '천벌'이라는 단어를 통해 현실 너머의 초월적 존재, 신의 존재에게 정의구현을 의탁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종교가 악인을 징벌하려 나선다. 그리스도교와 토착종교를 통해서는 직접적 심판이 일어나며, 카르마와 다르마가 공존하며 그에 따라 육도윤회가 이뤄지는 불교 역시 문동은의 손을 들어준다. 종교적 상징은 수시로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신적 존재나 종교의 입장이 직접 드러나는 장면들은 아래 몇 가지 기표들로 정리해 보았다.




[안개와 구름, 신의 법정]


문동은이 세명시에 등장할 때, 그리고 주여정과 함께 교도소에 나타날 때 안개와 구름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신이 눈감아준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를 봤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신의 법정'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 안개나 구름은 신의 권능이 드러날 때 함께 등장한다. 사도행전에서는 바울로가 사도들을 방해하는 거짓 예언자이자 마술사를 꾸짖자, 안개와 어둠이 마술사를 내리 덮친다. 구약성서에서는 신이 시나이산에 모세를 만나러 내려올 때 산이 구름으로 덮이고 '구름 가운데' '구름 속에서' 신이 나타나며, 신약성서의 루카, 마태오, 마르코 복음서에서는 예수가 수난을 앞두고 변모할 때 공통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구름이 일며 그들을 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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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마뚜루 제너럴리스트. 10년 내에 전원주택을 짓고야 말겠다는 야심으로 살아가는 프로 개키우미.생각나는 것을 그때 그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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