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0/07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모 출판사에서 해맞이 행사의 일환으로 문학 순례길 탐사 이벤트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한국 대표 문학 선집 출간 기념으로 대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순례하는 행사였는데 내가 참여한 작품은 << 무진기행 >> 의 배경이 되는 순천 순례 1박 2일 코스 여행이었다. 문학 행사에 참여한 우리 일행은 출판사에서 마련한 전세 버스에 올라탔다. 파주에서 출발하여 순천으로 향하는 23시 30분발 버스였다. 버스가 출발하자 운전을 맡은 젊은 여성 운전자는 승객들에게 각자 자기 소개를 부탁했다. 대부분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로 북유튜버, 인터넷 서점 리뷰어, 서평가는 물론이고 문학평론가와 문창과 교수도 이번 문학 모임에 패널로 참여했다.
 버스가 밤길을 질주하며 달리는 동안 승객 일행은 김승옥의 << 무진기행 >> 이 한국 문학에 끼친 영향력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들은 대부분 문학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라는 신앙을 따르는 구원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독서 생활로 인하여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술회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간증 같은 것이었다. 독서의 무용이야말로 책의 진정한 가치라 믿는 나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기에 열띤 토론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탐미주의자이가 퇴폐문학의 선두자였던 오스카 와일드는 문학이야말로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세상의 불의에 대하여 그리고 정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내가 눈을 뜬 것은 어떤 소란스러움 때문이었다. 눈을 뜨자 두 사내가 버스 앞 통로에서 칼을 들고 승객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로 한복판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한 남자들은 도움을 청하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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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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