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지 않는 부모는 미성숙한 성인일 뿐
2024/03/05
요람에서 무덤까지 오로지 자식 걱정을 하는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가꾸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올인하는 것을 일종의 사회적 규범으로 여긴다.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는데 10년 이상을 소비한다. 고등학교, 아니 대학 공부를 마치고 나서 자녀가 어엿한 독립 자존으로 섰는지를 보면 안다. 대학을 졸업해도 독립은커녕 취업과 결혼을 위해 부모가 또 다른 방식으로 보살펴야 할 형국이다. 이렇게 부모의 삶은 내 것이 아닌 자녀의 것이 돼 가고, 자녀교육에 집착하는 왜곡된 문화는 대물림의 악순환을 지속한다. 오늘 한국 사회의 처참한 비극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도처에 자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유보한 부모가 넘쳐난다. 그리하여 시민은 없고 삶을 저당 잡힌 부모만 있다. 서울시에 산다고 시민인가? 진정한 시민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공동체에 책임 있게 참여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이나 언론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까지 이해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로 자신의 소양을 쌓아가는 사람이 시민이다. 이런 소양이 이른바 '시민성'이다. 이런 까닭에 오로지 자녀의 성공에만 집착하는 성인은 시민이 아니라 나이만 먹은 미성숙자에 불과하다.
시민성이 결여된 미성숙한 어른들로 사회가 채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현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어려워진다. 누군가 이념대결을 부추기면 거기에 휩쓸리거나 선전과 선동에 쉽게 넘어간다. 언론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를 사실로 착각하거나 좁은 세계관 속에서 보잘것없는 사고를 신념화한다. 그래서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개별화된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린다. 생태, 인권, 평화, 성 감수성을 갖지 못해 꼰대 기질로 버틴다. 나아가 정의와 불의를 구분하지 못한다. 불의는 참고 불이익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