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포와 증오가 아닌 관용과 민주주의다

김동규
김동규 인증된 계정 · 광주의 외로운 늑대형 활동가.
2023/08/04
출처 : UNSPLASH

대한민국의 대표적 사형 폐지론자인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 2012년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브레이비크라는 인물이 조그만 섬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총을 마구 쏴 대서 무려 77명을 죽였다.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우선 감옥에 있는 사형수들을 즉시 형 집행하자고 나섰을 테고, 테러를 막기 위해 강한 공권력 행사를 주문했을 것이고, 무슨 무슨 특별법을 만들어 철저히 응징하자 했을 것이다. 물론 신문과 텔레비전은 복수와 증오의 말들로 가득 뒤덮였겠지. 미국이나 중국도 평소 모습으로 보아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슬로 광장은 너무 달랐다. "한 사람의 저렇게 큰 증오보다 우리는 더 큰 사랑을 만들 수 있다." "복수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노르웨이는 복수하지 않는다.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관용만이 우리의 대응이다.""

그리고, 2023년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비열한 테러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에 대한 기본적 사회적 신뢰를 위협하는 행위였다.

사건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경찰은 다중밀집지역 등 전국 247개소에 경찰특공대(SWAT)를 비롯한 경찰병력 1만2000명을 배치했다. 배치된 경찰관은 검문검색 매뉴얼에 따라 (시민들의) 태도나 대화 내용, 소지품 등으로 정황을 판단해 검문검색을 진행한다. 이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의 의도가 그대로 실현된 것과 같다. 그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시민들에게 언제든 지금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을 주고자 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주관적 열등감을 해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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