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풋잠 2화 – 술 취해서 아무 말이나 했더니 즐거워하는 이상한 독서 모임
바대표는 나에게 앉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와인잔을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공간에서 와인잔을 꺼내왔다. 와인 한 잔을 하라더니 박스에 담겨있는 와인을 가져와서 가득 따라주었다.
“이건 저희가 애용하는 코스트코산 와인이에요. 가성비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와인 애호가들도 극찬하는 와인이죠. 한 모금 마셔보실래요? 어떤지?”
난 사실 와인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마시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와인은 달달할수록 좋은 거라고 느끼는 편이었다. 그러나 한 모금 마셔본 그 와인은 텁텁하기 그지 없었다.
“와우! 와인 맛 정말 좋은데요.”
괜히 분위기 없는 사람인 것 티나기 싫어서 와인의 맛을 칭찬했다. 그랬더니 바대표는 뒤편에서 소주를 가져와 내가 와인을 마신 만큼 소주를 탔다.
“이게 바로 한국식이지! 한국식 와인은 소주를 타야 돼요! 코스트코 양키 놈들은 한국의 술 맛을 몰라!”
아니 안 그래도 텁텁한 와인에 소주까지 섞는다니... 이 모임이 뭐지 싶었다. 준병이 형은 그 광경을 보고는 중병에 걸린 듯 실실 웃고 있었다. 이호랑은 이제 정공자만 오면 된다고 말했다.
“정공자요? 공자님 말씀을 많이 아시는 분인가요?”
“아뇨. 센님 같이 생겨서 우리가 정공자라고 불러요, 하는 말도 딱 센님 같아.”
이호랑은 웃으며 말했다. 그랬더니 바대표는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틀렸으면 원샷 하는 게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아니, 이런 꼰대가...
“아니, 제가 한국민속학을 배운 입장에서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술을 마시진 않았습니다.”
“에릭 홉스봄이 말했듯 전통이란 게 다 근대에 창출되는 거지, 무슨 근대 이전의 문화를 말해서 빠져나가려고 그래요. 빨리 마셔요, 어서!”
바대표는 나에게 윽박지르듯이 말했다. 꼰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