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범죄 피해 대응 시스템을 찢어 놓고 있다

에디터 노트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시스템을 흔들고 있습니다. 2024년도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142억 원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디지털성범죄 지역 특화 상담소(지역 상담소) 등 전문 상담소를 대폭 줄이고, 대신 일반적인 가정폭력 등과 통합한 ‘통합 상담소’를 소폭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2020년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내 신종 성착취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N번방 방지법’과 피해 지원 제도가 생겼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변화 덕분에 많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신고 초기부터 수사, 재판, 나아가 병원 치료까지 피해자와 동행한 피해 지원 상담사의 역할이 컸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몇몇 지역 상담소는 당장 내년 1월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 상담소가 문을 닫는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될까요? 이게 무슨 일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역 상담소에서 일하는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0월 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기자회견'. 출처: 연합뉴스


내가 혼란스러운데 누굴 도와

장수빈(20대) 제주YWCA 디지털 성범죄 특화 상담소 상담원
우리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이 내년 되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잖아. 이런 불확실성과 싸우며 신규 피해자 대응도 간신히 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저희 상담이 2개월밖에 안 남았어요”라고 어떻게 말해?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만약 통합 상담소로 이관한다면 어떻게 지속해야 할지 걱정이 커. 상담자부터 이렇게 혼란한데 피해자를 안정시킬 수 있을까?

한그루(30대) 전주 디지털 성범죄 특화 상담소 상담원
지금도 겨우 두 명이 전라북도 전역의 피해자를 간신히 상담하고 있어. 지역 상담소를 3년째 운영하며 학교, 수사 기관, 여성 단체, 청소년 단체 등 유관 기관과 간담회도 많이 진행하고 홍보물도 제작해서 배포했지. 그런데 우리 업무가 통합 상담소로 이관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게 다 쓸모없어진다는 거잖아. 당장 전화번호부터 바뀔 텐데. 이거 세금 낭비 아니야? 앞으로 혼란이 많이 생길 것 같아.

이은주(30대) 대전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디지털성범죄상담팀장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나 민감도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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