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장마

이시월
이시월 · 글밥먹고 싶은 글쟁이
2022/03/09

  하늘은 좀처럼 내게 푸른빛을 내보이질 않았다. 공중에 맺힌 빗방울더미들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 차라리 속 시원하게 터져버린다면 이런 찝찝함도 없겠지. 가방 속 사용도 못할 우산은 안그래도 힘든 출근길에 무게를 더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무심히 하늘을 본다. 회색 하늘빛이 눈으로 들어와심장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아니다. 그 반대였다. 내 안의 잿가루가 하늘에 날린 것이었다. 그렇게 하늘은 빛을 잃은것이었다. 분명 모두 털어버렸다고 생각했건만, 그렇지 못했다.



  상자를 열었을 때가 떠올랐다. 한줌의 재가 된다는 관용어가 왜 나왔는지알 수 있었다. 정말 한 줌 밖에 되질 않았다. 내 옆을 따듯하게 채워주었던 그녀가 생전의 모습은 조금도 남지 않는 허망한 한 줌이 된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그녀의 가족들에게 화장을 권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쯤 촘촘히 뚫린 네모 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정확하게 어딘지 전해 듣지 못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털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버스에서 내렸다. 이제 도보로 20분, 하루 중에 유일한 운동시간이기도 했다. 사람은 무수히 많았다. 출근중인 그들은 무수히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녀도 그런 사람들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사람들을 흘려 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는 게 원래 이런거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언젠가 글로 밥먹고 살 날이 오길 빌며 게으르게 글쓰는 인간.
10
팔로워 3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