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자신만의 페이스로. 로우템포 이달재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4/04/02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송태섭이 가나가와 현으로 이사한 뒤 이유 없이 이지메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소 건방져 보이는 송태섭 특유의 단단한 분위기에 오키나와라는 그의 출신지가 더해지면서 높은 확률로 다른 아이들의 신경을 긁어댔기 때문이었다.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 주류 사회의 차별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면서 송태섭이 다소 쭈뼛거렸던 게 단순히 낯가리는 성격을 드러낸다기보다는 확연히 다른 오키나와 사투리를 들려주기 싫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세 보이는 녀석과 맞닥뜨리면 일단 발차기 각부터 재고 보는 호전적인 성격이지만 이유 없는 적개심을 환영인사로 받는 건 송태섭도 사양하고 싶었을 것이다.

미야기 료타라고 자신의 이름을 반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송태섭의 얼굴에는 낯선 환경에 대한 다소의 긴장감과 동시에 아주 작은 설렘의 표정이 함께 드러난다. 아버지와 형을 잃었던 오키나와를 떠나 가나가와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송태섭은 어쩌면 그에게 먼저 다가올지도 모를 새로운 인연과 미래를 상상하며 이곳에서라면, 이 새로운 곳에서라면 또 다른 소중한 존재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소년의 미세한 설렘과 기대감은 바로 다음 순간 벽에 처박히며 얻어맞는 씬과 대비되며 완벽하게 박살 난다.

비극적인 가족사로 슬픔에 숨 막히게 잠겨있던 집과 자신에게 유난히 적대적이었던 학교를 오가며 송태섭은 지속적으로 폭력과 차별에 노출된다. 정서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어느 쪽으로부터나. 언제나 무리 지어 다니며 적어도 자신들만의 코호트 속에서는 안전했던 강백호 양호열 패거리와 절망스러운 현실로부터 일시적으로나마 도피할 수 있는 무리와 장소가 있었던 정대만과는 다르게 송태섭은 언제나 혼자였다. 마치 그와 세상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라도 존재하듯이. 그리고 그 벽의 간극을 넘어 그런 송태섭의 곁에 서길 선택한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달재다.


슬램덩크에서 가장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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