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어의 “쌍두사 문제”와 고대 한국어 어휘 차용 현상

晦溟
晦溟 · 그믐달과 아득한 바다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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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저명한 거란어 연구자인 김태경(金泰京) 소장 著 《거란소자 사전》(2019)에는 동물 “뱀”과 간지의 “巳”(이하 편의상 “뱀”으로 대표함)을 의미하는 거란어 단어의 거란소자 표기가 두 가지 형식으로 실려 있습니다. 바로 𘰕𘭞𘯶 (p. 236)와 𘰗𘭞𘯶 (p. 242)입니다. 과연 두 표기는 오직 첫 번째 자소만 달라 혼동되기 쉬워보입니다. 이들이 동일 단어의 이표기인지, 아니면 한 쪽이 다른 쪽의 오독(혹은 오사)인지 판단하기 일견 곤란해보입니다만, 이 글에서는 제가 멋대로 명명한 “쌍두사 문제”에 대한 제 견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관견(管見)에 따르면, 거란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은 𘰕𘭞𘯶 <iň-or-oo>를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𘰗𘭞𘯶 <ül-or-oo>를 올바른 표기로 보는 것입니다. 일례로, 거란어학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우잉저 외 《거란소자 재연구》(2019)의 용례 색인에는 오로지 𘰗𘭞𘯶 <ül-or-oo>만이 실려 있습니다. 같은 책의 권2에 실린 전자화 텍스트에서도 𘰗𘭞𘯶 <ül-or-oo>만이 확인됩니다.
우잉저 외(2019) 권2의 전자화 텍스트 일부
저명한 연구서인 지스(2012)에서도 𘰕𘭞𘯶 <iň-or-oo>를 𘰗𘭞𘯶 <ül-or-oo>로 교감하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 기간(旣刊) 연구에서 𘰗𘭞𘯶 <ül-or-oo>만을 올바른 표기로 간주하는 배경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거란소자의 표기 원리 및 특징에 대해서 개설하겠습니다.

거란어는 거란대자와 거란소자라고 불리는 두 가지 문자 체계로 표기되는데, 이 중 거란소자의 표기 원리는 독특합니다. 하나의 단순어를 표기하는 “글자”는, 하나 혹은 복수의 “자소”로 구성됩니다(오타케 마사미 2024:90). 즉, 거란소자는 한글과 비슷하게 자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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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언어학, 중국어 음운학, 한자학 전반, 역사 요리서, 서체, 거란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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