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은 어떤 날일까?

다다르다 · 말 못한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2023/08/30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인생의 함정들

최근에 나는 TV를 종종 시청한다. 사실 그전까지 약 십여 년 동안 나는 TV를 잘 보지 않았다. TV와 거리를 둔 것은 아기를 출산하면서부터였는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볼 시간이 없었고 아이가 조금 크니 TV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드라마가 임신 중 태교 하는 마음으로 보았던 '선덕여왕'(MBC, 2009년 방영)이었다고 하면 다들 놀라워한다.

그런데 요즘은 TV를 본다. 별로 보고 싶은 것이 없는데도 큰 기대감 없이 채널을 위로 아래로 옮겨 본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 듯싶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도, 엄마도 그러하셨으니까.

요즘은 그래서 목요일 오후 JTBC의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를 챙겨 보는 편이다. 매력 포인트는 '세상만사의 (위험한) 이야기'. 한블리를 보며 욕을 하고 분노를 하고 호들갑을 떨다가 문득 내가 이렇게 무사고에 가깝게 20여 년을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진다. 심야 운전을 하다가 커다란 돌덩이가 내 차 앞으로 흘러내린 적도 없었고, 우회전을 하다가 길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을 발견한 적도 없었으며, 고속도로를 가다가 졸음운전으로 나를 위협하는 트럭도 없었다. 그러면서 저절로 나의 지금을 '좋은 날', '감사한 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번 봐 보세요. 정말 그렇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인생의 함정들이 있어서 언제라도 발이 빠지는 것이 온당할 지경이다. 결코 겪고 싶지 않은, 그러나 하나도 낯설지 않은 함정들을 몇 개만 나열해 본다.

시험에 떨어졌다.
교통사고가 났다.
가족과 다투었다.
절친과 손절을 했다.
구설수에 올랐다.
주식 투자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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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하며 한 세상의 한 아이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며 관찰하며 글로 풀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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