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차박을 하느냐면 - 청옥산 육백마지기

토마토튀김
2024/09/29
차를 숙소 삼아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여기저기 누비며 차에서 1박씩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나를 굉장히 부러워하던 분이 알려주셨다. 차박의 성지가 바로 평창 청옥산의 육백마지기란다.
워낙에 꼬리 텐트마저도 치지 않고 차 안에서만 지내는 단출한 스텔스 차박, 그리고 차라리 반달곰을 만나고 말지, 사람이 없는 노지 차박을 좋아하는 터라 '성지'나 사람들 많이 몰리는 유명 캠핑장 등은 일단 뒤로 젖혀두는 편이었다.
그러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어마어마한 사진들을 보고 아, 여기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특히 샤스타데이지 천국, 별들의 천국으로 유명한 곳이던데 일단 데이지 철은 지났고, 별이라도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육백마지기라는 이름이 궁금했다. 사실 옛날에는 논 스무 마지기만 있어도 동네에서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육백마지기도 그렇게 너른 땅이라는 뜻일까 짐작을 할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씨앗 육백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땅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축구장 6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라고 하니 대략 사진을 보지 않아도 감을 잡으실 듯.

많은 차박러들이 주신 정보로는 청옥산 올라가기 전에는 변변한 가게나 편의점들이 없고, 일단 육백마지기에 오르게 되면 취사가 절대 금지되므로 꼭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넉넉히 준비하여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지역이 강원도 지역이니만큼 근처에 송어회가 유명하다고도 하고, 닭도리탕을 미리 맞춰서 포장해서 올라가도 별미라고 한다. 송어회가 아니라 광어 우럭회였으면 당장 그 집으로 쫓아갔을 터였고, 나 말고 한 사람이라도 더 있었다면, 안 그래도 매콤한 국물에 버무려진 닭고기 참 좋아해서, 주저 없이 포장했을 것이지만, 다음 기회에.
다만 나는 '마실 것'은 모자라면 미쳐 날뛰는 터라 음주 운전을 제외하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쓸 터이므로 (아니, 이미 산 중턱으로 거슬러 한 줄기 플래시에 의지하여 제 발로 내려갔다 올라온 것도 몇 차례) 넉넉하게 준비했다. 생수는 1.5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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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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