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드리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4/13
 
노래가 된 시 
 
 
 
 
수장드리




             박 선 욱




단양 하방리 남한강변
어화 얼쑤 수장드리
내가 잘나 내 땅이냐
네가 잘나 네 땅이냐
나서 자란 우리네 땅
날 밝으면 물 들어오고
날 저물면 물 잠기리
금수산 줄기에 불이 붙고
앞뒷산에 불바람 이는데
빗재 너머 물 차오르는 소리
동구마을 돌자갈 적시며
흙냄새 호미 쟁기
버리라 버리라고 외치네
어화 얼쑤 수장드리




(『다시 불러보는 벗들』, 실천문학사, 1990년)


1984년쯤이었을 것이다. 충주댐 공사로 수몰되기 직전의 단양에 취재차 간 적이 있다. 잡지『마당』에 기고하기 위해 내려간 단양 하방리의 남한강변.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강가에서 도예가 김용문의 <토우(土偶) 수장제>가 막 열리고 있었다. 풍물패들의 길놀이에 이어 제천의식을 치른 김용문은 하늘에 올리는 축문을 읽고 나서 소지를 했다. 화르르. 타들어가던 종이는 불꽃 속으로 사그라지더니 하늘 높이 올라갔다.
이윽고, 모여선 군중들 사이로 나선 김용문이 강변에 미리 놓아둔 토우들을 강물 속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짓은 이날 열린 수장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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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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