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유물 앞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썰 #2

곽민수
곽민수 인증된 계정 · 모든 길은 이집트로 통합니다.
2024/03/22
몇 년 전 이집트의 룩소르 박물관(Luxor Museum)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룩소르 박물관에서 일행들에게 투트모스 3세(Thutmose III, 재위 1479-1425년)의 좌상 앞에서 몇 가지 설명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마치고나니 한 서양인 노파가 저에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투를 들어보니 미국인이었습니다.
투트모스 3세 좌상
노파 : 유물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손을 댄 적이 없었죠. 박물관에서 유물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고, 또 이집트 고고학 전공자인 저에게 그런 에티켓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곽 : 저는 손을 댄 적이 없습니다.
네브라의 석상. 19왕조 시대.
그런데도 노파는 자신의 잘못 봤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저에게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파 : 아니요, 내가 봤어요. 당신은 어제도 손을 대던걸요.
 
 대체 어제라니? 어디에서? 궁금해졌죠. 그래서 저는 되물었습니다.
 
곽 : 어제요? 어디서 절 보셨나요?
 
노파 : 필라에(Philae)에서 봤어요. 당신은 거기에서도 유물이 손을 댔어요.
 
어제는 분명히 필라에 섬에 있는 이시스 신전을 다녀온 터였습니다. 그 노파가 저를 봤던 것은 거의 확실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유적에 직접 손을 댄 적은 없었죠.
필라에 섬과 이시스 신전
곽 : 아무래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저는 필라에에서도 건축물이나 그 벽에 쓰여진 문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기는 했지만, 직접 손을 댄 적은 없습니다.
 
그 노파에게는 전날부터 제가 눈에 거슬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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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고학자입니다. 역사변동과 의례경관, 그리고 행위수행자들의 경험과 성찰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 가치판단이야 말로 현대인류문명의 최대 업적이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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