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을에는 되돌아본다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3/10/11
돌아본다.
가을에는 자꾸 떠나보낸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름의 더운 김이 한 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릴 때 마냥 들떴던 마음은, 본격적으로 거리에 차가운 바람이 자리 잡을 무렵에는 서늘해지고야 만다. 나는 머리를 집어넣은 자라처럼 오그라든다. 곁에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시간, 기회, 감정, 시절. 누군가와 헤어지지 않아도 가을은 언제나 이별의 계절이다.

영화 보기에는 좋은 날씨다. 봄에 자꾸만 집 나갔던 마음은 가을이 되자 방구석을 찾는다. 조용하고 예민하다. 방어력이 떨어져서 말랑해진 감성에는 영화가 잘 침투한다. 커피를 안 마셨는데도 떨린다. '가을 탄다'는 낡은 말에 담을 수 없는 버거운 마음이 찾아오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마음을 달랜다. 나쁜 일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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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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