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 특이점이 왔다 : 3화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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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okso 원은지
‘나는 주 5일을 열심히 일하느라 체력이 고갈됐는데, 왜 또 토요일 새벽부터 눈을 떠서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가?’.

‘또리로리로리로링~ 또리로리로리로링~’

알람이 울린다. 평온한 이불 속이 순식간에 지옥철이 됐다. 알람이 울리기 전 긴장을 해서 그런가? 날개 뼈가 뻐근하다. 어김 없이 이불에서 뭉갠다. 잠결에는 몰랐던 전기장판의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더 잘까’하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암막 커튼은 어찌나 제 역할을 잘 해내는 건지, 아직은 겨울에 가까운 날씨에 새벽인지라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없어 방 안이 온통 깜깜. ‘이렇게 깜깜한데 벌써 풋살 갈 시간이라니’. 토요일 새벽에 운동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마치 1박2일 기상미션(이라 쓰고 벌칙이라 읽는다)처럼 느껴진다. ‘운동 시간은 토요일 아침, 집과 1시간 떨어진 연습장, 1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우리 팀원들과 코치님은 모두 내가 만든 선택이고 인연이다. 책임감을 가져봐 은지야. 

아빠를 닮아 잠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어디서든 잘 잔다. 내게 잠은 보약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알코올을 마셨을 때 나를 치유하는 건 잠이다. 본능적으로 몸이 힘들면 냅다 드러눕는다. 비타민 A부터 D, 여기에 종종 홍삼 진액까지 습관처럼 챙겨 먹는 사람으로서, 어떤 비타민보다 잠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토요일을 기다리는 큰 이유 중 하나였던 ‘늦잠’을 포기하고 ‘운동’을 가는 선택을 내가 했다는 건, 잠 외의 다른 보약을 찾아보려는 큰 결단이었다. 잠은 죽어서 자자. 일요일 하루만 늦잠을 잘 수 있게 풋살을 토요일 새벽에 다니는 행위는 내가 내게 내린 형벌이다.

그리고 며칠 전 형벌이 하나 더 추가됐다. 평일에도 풋살 연습하기라는 형벌이다. 한 달 전, 이대로는 시간만 가고 실력은 다른 의미로 가버리겠다고 느꼈던 그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지, 뒤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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