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모방의 두 얼굴 - 나는 왜 그것을 욕망하는가(4)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7/02
프랑스 드라마 <얼굴 도둑>(2016)의 한 장면. 미메시스와 욕망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욕망과 모방의 두 얼굴
   
욕망은 전통적으로 주체로부터 비롯하는 주체 우위의 정신 현상으로 간주되었던 반면, 모방은 대체로 모방 대상으로서의 타자의 우위로 작동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르네 지라르는 이 욕망이 사실은 모방을 통해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함으로써 욕망 역시 타자성을 우위에 두는 것임을 밝혔다.

이런 견해는 모방, 즉 미메시스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테오도르 아도르노에게서도 반복되게 나타난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철학자인 아도르노는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저술한 『계몽의 변증법』에서 이성이 인도하는 근대의 계몽을 통해 인류가 번영을 경험하고 합리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세계대전,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는지 묻는다. 물론 이런 반성을 수행한 것은 아도르노 혼자가 아니며, 다른 많은 철학자들 역시 그런 비판적 작업에 착수했다.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인간의 야만성, 비이성성, 불합리성에서 그런 비극의 원인을 찾았다. 하지만 아도르노는 반대로 근대와 현대의 인간이 신봉한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계몽이 바로 그런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비판한다. 즉 이성은 대상을 막론하고 계산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기제로 작동하며, 목적이 어떤 것이건 가장 효율적으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게 봉사하는 능력이다. 아도르노는 바로 이 이성의 맹목적성과 효율성이 현대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본다. 가스실에서 유태인들을 학살한다는 목적을 위하여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산하고 검토하지만, 그 목적 자체에 대해서는 이성은 함구한다는 것이다.
테오드로 아도르노
그에 따르면 계산적 합리성과 이성은 언제나 주체의 목적을 위해 봉사하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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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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