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선생
율무선생 · 사회는 빛과 그림자의 산물이다
2023/01/14
바리스타로 3년 이상 일했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부모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딱 한 번만 경험했었습니다. 그것도 애들 문제가 아니라 '진상 부모' 문제였어요. 

진상 부모 하나.
"우리 기다리는거 안 보여요?"
저는 광화문 일대에서 꽤 유명한 카페에서 일했었어요. 코로나 이전 시기에는 퀴어 축제도 있었고 태극기부대와 가족 단위 손님, 직장인들 등등 아주 다채로운 손님이 많이 왔었습니다. 그중에서 주말에 덕수궁 보러 오는 가족들도 눈에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왁자지껄하지만 그들을 진상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저 카페 직원에게 있어 '진상' 은 좀 다른 개념이었으니까요.

최고 신기록 매출을 기록하였던 그날 하루, 처음으로 아이를 옆에 두고 있는 진상 손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카페가 심하게 바쁘다보면 얼음이 갈리는 음료를 받을 때가 가장 힘들곤 합니다. 머피의 법칙처럼 쉐이크 주문하는 손님 한 명이 있으면 연달아 10명에서 20명 정도는 쉐이크 음료를 주문합니다. 쉐이크 음료 한 잔을 주문받을 경우, 적어도 3분이 걸리고, 연달아 주문받게 될 경우 40분은 걸립니다. 이유는 블렌더기가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해서요.
그러던 중 쉐이크 음료 한 잔 데코가 엉성하게 나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주문이 밀려서 15분 넘게 소요되었었죠. 엉성한 데코를 보고 실망한 아이를 보고서, 엄마 손님이 카운터로 와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돈 내고 주문한건데 왜 이런걸 받아야 하나요? 우리 지금 시간도 없는데 음료 한 잔 만드는데 15분 넘게 걸리는게 말이 됩니까?"

애석하게도 카운터에서 그분의 불평을 받아줄 직원도 없었습니다. 그분이 컴플레인 걸고 있는 와중에도 바리스타 바 내부에선 수십 잔에 해당되는 음료를 쳐내야 했거든요. 죄송하다고 다시 만들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손님은 계속 사과를 바라셨습니다. 
"아니 됐고, 애초에 음료 한 잔 만드는데 시간이 왜이리 오래 걸리는데요? 심지어 나오는것도 이 정도로 비주얼 안 좋으면 문제 있는거 아닌가? 뭘 다시 만들어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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