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앞에서 때려주세요 - 약자가 야만을 다루는 방법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1/27
● “네가 그 오아영이구나. 네가 그렇게 나를 팔고 다닌다며?” 중학교 3학년 시절의 어느날 복도에서 마주한 교장선생님이 내 명찰을 확인하고는 대뜸 걸어온 말. 아이고 눈도 좋으셔라.
그도 그럴 것이 나 교장선생님 판 거 맞아요. 잘 팔리더라고요. 고마웠어요.

존 콜리어의 <레이디 고다이바>, 1898, 캔버스에 유채, 142.2 ×183 cm, 영국 코벤트리, 허버트 박물관 // 남편인 레오프릭 백작에게 농민들을 위한 세금을 낮춰달라고 요청한 백작부인 고다이바. 그는 그녀에게 나체로 동네를 돌고 오면 요청을 들어주겠다고 했고 그녀는 해냈다.



학창시절 나는 교사들을 대체로 좋아할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이성적인 체벌이었고, 그 체벌의 대상은 주로 약자였다고. 그러니까 왜 있잖아. 반에 꼭 한둘씩은 있는 유독 기죽은 아이. 생활보호대상자에, 부모님이 부재하고 뭐 이런 조건들을 지닌 아이. 그렇게 챙김받지 못하는 티가 신발과 가방과 교복에서 자세에서 얼굴표정에서까지 구석구석 줄줄 흐르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심심하면 나오라고 해서 장난처럼 때리던 선생님들의 비릿한 얼굴을 나는 기억해. 그 표준 막대기, 긴 나무 막대기로 정수리를 내려때리면 통 소리가 난다는 걸 아시나요. 인간의 머리엔 뭐가 들었길래 그런 소리가 나는걸까. 악기인가. 때리는 일은 웃긴 일이 아닌데 그들은 때로 놀리며 때리고 조롱하며 때렸어. 선생님들이 그랬어. 아이들은 웃었어. 나는 모두가 다 역겨웠어.


어느 체육시간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해. 체육선생님은 윗학년과의 합동수업가운데 그 반의 이런 오빠를 갑자기 나오라더니 체육교과서에 나오는 인체의 운동기능에 대해 알려준다더니 막 발로 찼어. 할머니랑 산다던 그 까맣게 마른 오빠는 특유의 비굴한 얼굴로 막 웃으며 주춤주춤 피했고 피하는 그의 엉덩이를 선생은 쫓아가며 발로 찼다. 발차기를 하던 그의 다리모양과 그 다리를 감쌌던 회색 체육복 떡볶이 바지. 그렇게 1...
오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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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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