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늙었지만 여전히 아이인 사람, 당신은 '피터 팬'인가요?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2/08


  아동 도서 주변은 늘 엉망이었다. 아무리 정돈하고 깔끔히 유지해 봤자 하루나 이틀이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버린다.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아이를 탓하고 싶지만 사실 아이들이란 다 그런 게 아니겠나. 그리고 모든 걸 다 잊은 채 완전히 몰입하여 책을 읽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미래의 출판업계에 한 가닥 희망이 보이는 것만 같기도 하다.
  우리 서점은 아동 도서를 꽤 많이 취급했다. 주로 팔리지 않은 도서들의 재고 처리였으며, 나는 현대 아동 도서가 대량으로 쌓여 있는 걸 볼 때마다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라니. 개인적으로 나라면 아이에게 ‘피터 팬’을 읽게 하느니 차라리 페트로니우스 아르비테르의 책을 읽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조지 오웰, <서점의 추억>



   우리는 강의실이나 회사, 혹은 누군가와의 대화나 단체적인 사회관계를 통해 아이에 머물러 있는 어른들을 종종 마주한다. 그들은 독단적이고 책임감이 없으며 모든 부분에서 미숙하고 어리석다. 문제가 생겼을 때에 깊은 사고나 현명한 처사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유치한 표출을 반복한다. 심지어 성공한 사람이나 고학력자라고 꼭 예외는 아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거나 말을 섞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정말이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왜 충분히 ‘늙었으면서’ 그에 따라 성숙하진 못 했던 걸까.

1992 재개봉한 <피터팬>, 1953년 월트 디즈니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제작하였다.


  늙은 영아. 이 끔찍한 두 개의 이질적 단어 조합은 놀랍게도 하나의 아동 도서에 기생한다. 잊혀진 아이들의 왕, 네버랜드라는 허상에 사는 소년 주인공과 함께. 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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