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은 트렌드인가 트러블메이커인가

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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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나이키코리아가 리셀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리셀은 트렌드인가 트러블메이커인가.

  • 나이키코리아는 개정 약관을 통해 ‘재판매를 위한 구매 금지’ 조항을 발표했다.
  • 리셀테크의 중심엔 나이키가 있고 리셀은 나이키의 드로우 전략과 함께 성장했다. 
  • 나이키가 진짜로 노리는 것은 비단 악성 리셀러가 아닐지도 모른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MONEY _ 7000억 원

리셀은 쉽게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된다. 몇백,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의 가격이나 오픈런 현상 등 수요자의 관점이 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셀은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리셀 시장은 2021년 기준 7000억 원 수준이다. 2025년까지 약 2조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7000억 원 중 스니커즈 거래 규모만 5000억 원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크림(KREAM)’, 무신사의 에스엘디티(SLDT)가 만든 ‘솔드아웃(soldout)’, 최초의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스탁(OUTOFSTOCK)’은 국내 3대 플랫폼으로 거래액이 도합 1조 원에 육박하지만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돈이 되는 시장이고 대중화되어있다. 나이키코리아는 이 리셀을 트렌드가 아닌 트러블메이커로 규정한 것이다.
STRATEGY 1 _ JUST DO IT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Phil Knight)가 자서전 《슈독(SHOE DOG)》에서 밝힌 창업 과정을 보면 ‘Just Do It’ 그 자체다. 무모한 집념은 기존 업계 1위 아디다스를 꺾을 수 있던 힘이 됐다.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나이키코리아의 약관도 ‘Just Do It’이다. 리셀을 막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기세다.

  • 재판매 일체 ; ‘재판매를 위한 구매’를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재판매하거나 재판매하려는 의도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단순히 리셀 업자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경우의 재판매를 막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 증거와 믿음 ;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나이키코리아가 발견한 증거나 믿음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상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의심의 대상이 되면 계정 제한, 주문 취소, 계정 중지·폐쇄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EFFECT _ 헛발질

이 공지는 ‘스니커헤드(Sneaker Heads)’, 리셀 플랫폼, 리셀러 모두에게 파장을 불렀다. 나이키의 공지대로라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드로우에 직접 당첨되지 않고는 희소성 있는 신발을 결코 살 수 없다.
  • 크림, 솔드아웃, 아웃오브스탁 등 국내 리셀 플랫폼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리셀러라는 증거 수집과 판단의 기준이 불명확해 일반 구매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 리셀 시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얘기는 없다. 그러나 증거 수집을 위해 활용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일반 중고 거래와 리셀은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데 개인 간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불분명하다.
ANALYSIS 1 _ 나이키를 위한 변론

불만은 다양하게 파생된다. “신발을 더 찍어내면 안 되나?” 안 된다. 희소성이 감소하고 불필요한 제작을 하게 된다. 순환 경제를 생각하면 친환경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드로우 말고 다시 선착순 판매를 하면 안 되나?” 안 된다. 이는 드로우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브랜드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구매 기회를 임의 부여하는 드로우 혹은 래플(raffle)은 이미 나이키를 통해 효과적 마케팅 수단임이 입증됐다. 제품의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획득을 위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희소성 높은 한정판의 오픈런 현장에서 몇 날 며칠 노숙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응모 절차를 간소화한 드로우는 이 장벽을 허물었다. 공평한 기회를 위해 도입한 드로우에 부정 행위가 생긴다면 나이키는 막을 명분이 있다. 매크로를 통해 다량의 임시 계정을 생성하거나 과도한 웃돈으로 일반 소비자의 접근이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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