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문동은이 믿는 최후의 무기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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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필자 : 정주식 (전 직썰 편집장, 토론의 즐거움 대표)

※ 이 글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 시즌1이 종영됐다. 다시 한번 피해자들의 폭로가 쏟아져 나왔고 학교폭력에 대한 공분이 일어났다. 김은숙 작가는 “엄만 내가 맞고 오는 맞고 오는 게 좋아 때리고 오는 게 좋아?”라는 딸의 질문을 듣고 단숨에 스토리를 써내려갔다고 했다. 작가 본인의 가상 복수극인 셈이다. 복수의 절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즌이 종영되자 시청자들은 아쉬워하며 더욱 강력한 복수를 주문했다.

만약 사람들에게 ‘사적 복수를 허용해야 하는가?’라고 건조하게 묻는다면 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원한을 청산할 권리를 정부에 일임한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현대사회에서 사적 복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통쾌한 사적 복수를 갈망한다. 드라마에서 문동은(송혜교 분)과 조력자들 사이에 어색한 관계를 묶어주는 건 서로의 복수심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강현남(염혜란 분)은 문동은에게 남편의 살해를 부탁하고 아버지가 피살당한 주여정(이도현 분)은 법의 처벌을 받고 있는 가해자를 살해할 그날을 꿈꾼다. 복수라는 감정은 안으로는 문동은과 조력자들을, 밖으로는 작가와 시청자를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다.
출처 : 넷플릭스 트위터

복수의 특성 중 하나는 자해성이다. 원한을 가진 사람들은 복수의 이득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치명적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복수를 꿈꾼다. 문동은이 가해자들을 모두 단죄한다 해도 몸의 상처와 지나간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공멸적인 복수를 꿈꾸고 시청자들은 그 감정을 타당한 것으로 여긴다. 인간은 왜 이렇게 어리석은 일에 집착하는 걸까? 아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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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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