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은 하루가 계속된다고 해도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4/17
아침 산책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몸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울지 않고는 누그러뜨리지 못할 거란 걸. 터질듯한 물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걸. 결국 다시 꺼내든 시 한 편을 소리 내 읽습니다. 목소리가 떨려오고 입술을 깨물며 온몸이 노을로 가득해지고 기어코 몇 번을 쉬어가며 읽어 내려간 시를 다 읽고 내려가면 4월의 어느 날이 저물겠죠. 
 
진은영 시인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때론 우는 일이 울게 하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얼마나 큰 위로가 위안이, 치유가 되는 건지….
 
pinterest
 
그날 이후
 
 
진은영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휴대폰 충전 한 해놓고 걱정시겨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 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할머니와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뜻하게 
익어가는걸 보여주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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