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사람들-김진균(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8/08
화난 사람들
   
김진균(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한자가 만들어지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갑골문에서 백성민(民)은 눈목(目)에 창과(戈)가 박힌 살벌한 모양의 글자였다. 가시로 한쪽 눈을 멀게 만든 노예, 즉 저항하거나 도망치기는 어렵지만 시키는 일은 할 수 있는 노동인력을 뜻하는 글자였던 것이다. 이 글자는 역사의 진보에 따라 차츰 평민 백성으로 신분이 상승되었다가, 근대에는 드디어 국가권력의 원천으로 대접받는 국민(國民)이며 천부인권을 주장하는 시민(市民)이 되기에 이르렀다.
   
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것은 오직 백성이다
   
민(民)을 피통치자인 평민 백성으로 보던 조선시대에 “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것은 오직 백성일 뿐이다.”라고 하여, 민(民)을 근대적 시민처럼 역사의 주요 변수이며 주체로 인식했던 사상가가 있었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許筠)은 「호민론(豪民論)」에서 지배계급의 한없는 탐욕을 비판하며 백성 무서운 줄 알라고 경고하였던 것이다. 그 글에서 허균은 백성을 셋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지배자가 보여주는 것만 보는 수동적 태도를 갖고 있어서 쉽게 부릴 수 있는 백성은 항민(恒民)이다. 지배계급이 이들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살가죽을 벗기고 뼈를 부서뜨릴 정도의 가혹한 착취를 견디다 못해 지배자를 원망하게 된 백성은 원민(怨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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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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