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우발과 계획 사이에서 <12.12>를 읽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5/26
우연과 필연, 우발과 계획 사이에서 
<12.12>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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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기이한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배우 이선균 사건이든 김호중 음주운전이든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만한 연예계 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고개를 외로 꼬며 “흠 또 뭘 가리려 이 사건을 터드렸나.” 근엄하게 말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없지 않다보니 그 의심이 전혀 허무맹랑하다 단정은 못짓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한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그리고 이건 단언한다. 99%는 ‘음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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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하다. 음모론의 가장 큰 자양분은 ‘적’들에 대한 어마무시한 과대평가다. 국정원이든 검찰이든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그럴싸할 연예인을 갖다 댈 유능한 조직들도 아니고, 자유당 시대도 아닌데 그런 장난을 친다고 사람들 눈이 홱 돌아가지도 않고 다 속이지도 못한다. 즉 별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왜 그럼 정권이 핀치에 몰리면 그런 사건들이 터져 나오느냐?”라고 누가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정권이 안정됐을 때도 그런 사건 많아요. 그저 우연의 일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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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 말이 나와서 얘기지만 역사적으로 한 시대를 뒤바꾼 거대한 사건의 시작과 연원에는 치밀한 계획과 다분한 의도보다는 황망할 정도로 우발적인 발단 또는 어이없는 우연의 일치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폴리티쿠스 출판사 신간 <12.12>를 읽으면서 또 한 번 그 진리(?)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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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 12,12는 영화 <서울의 봄>으로 요즘 세대에게도 잘 알려진 사건이다. <서울의 봄>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책 내용 (원래 신문 연재물이었다.)을 참고한 듯 대사 내용까지 거의 흡사할 정도고, 12.12의 전말에 대해 충실한 취재와 정리를 거쳐 나온 저작이다. 그리고 이 책의 재미는 12.12 당일보다는 12,12 이전과 이후 상황에 있거니와, “전두환 일당의 치밀한 음모에 따른 쿠데타”라는 기존의 상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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