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일지] 105세 방연순 할머니
2024/01/20
갑자기 치통이 생겼다.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렸다. 짧지만 강도 높은 통증은 계속되었고 자다가 아파서 깨는 날도 생겼다. 진통제를 털어 넣고 이빨을 부여잡고 치과로 향했다.
현재 치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경치료밖에 없다며 아니면 임플란트가 최선이라고 했다. 두세 번이면 끝나겠지 생각한 신경치료는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신경치료 받아본 사람은 안다. 진짜 너무 아프다. 코로나로 끙끙 앓아누웠을 때보다 더 아프다. 오죽하면 치과의사는 가족한테 신경치료를 권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초록색 면포로 얼굴을 가린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옴짝달싹 못 한 상태로 듣는 치아가 갈리는 공포스러운 소리와 날카로운 바늘로 치아 신경을 요리조리 쑤시며 살아있는 감각을 무자비하게 없애버리는 행위의 반복이다. 그러다 아직 희미하게 살아있는 신경세포와 접선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튀어나온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신경을 죽이는 치료를 받으면서 죽음의 문턱이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외할머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1918년생 외할머니는 현재 105세다. 작년에 폐암 선고를 받으셨으나 연로하셔서 어떤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살기 위해 받을 수 있는 치료는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 청력도 시력도 치아도 관절도 어느 것 하나 성한 게 없는 할머니는 암세포와 함께 하루하루를 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