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로 들여다보는 정치적 양극화

라인란트 · 아무말을 합니다
2023/12/13
  언론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을 수 있는 말이 '정치적 양극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적 양극화가 '왜' 문제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정치적 양극화가 문제인 이유는 '아무튼 싸움은 나쁘고 화해가 좋기 때문' 같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I. 나무위키의 '사법화'

  나무위키는 명실상부 가장 성공한 한국어 위키위키 사이트이며 한국 인터넷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나무위키에 대한 불만을 볼 수 있다. 비판의 주된 논지 중 하나는 "시간 많고 규정 잘 아는 백수가 전문가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규정에 대한 해박한 이해가 없으면 실제로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가와 별개로 토론에서 '제도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나무위키의 복잡하고 비직관적인 토론 규정과, 그 규정을 어기면 가차없이 날아오는 차단 때문에 생기는 불만이다. 나무위키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나무위키의 초기 주도자들은 과거 리그베다 위키의 각종 운영상 문제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위키백과가 그러하듯이 위키 운영자들의 투표로 운영진을 선출하는 체제를 도입했었으며, 엄격한 성문 규정에 따라 위키를 운영하길 원했다. 하지만 초창기(15.11.05.)의 기본방침편집지침(15.11.08.)은 '상식 선'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느슨한 영역을 많이 남겨뒀었으며, 운영자들을 포함해 많은 이용자들은 여전히 빡빡한 규정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극초기 나무위키에서는 '유도리 있는 운영'을 원했던 당시 운영자들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한 운영을 원했던 이용자들 간의 충돌이 자주 빚어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운영회의 합의안을 보면 규정에 아무 근거가 없는 차순위 당선자의 찬반투표가 운영진 간 합의로 추가되거나, (지금보다 훨씬 복잡했던) 당시의 규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운영진들이 임의로 게시판 관리 규정을 만들어 쓰는 등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던 중 1기 선출직 운영진이 IRC 친목질 사건으로 단체로 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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