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 평전 『채광석 -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 제3장 주홍글씨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08
박선욱 지음 평전 『채광석 -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 제3장 주홍글씨
   
   
   
「오적」 필화사건과 전태일 분신사건
   
1970년, 광석은 대학 3학년이 되었다. 광석은 그동안 이념서클 활동과 야학 지도를 하면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고, 숱한 날들 동안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추악한 실상을 낱낱이 보면서 그들과의 대결을 회피하지 않았고, 그런 만큼 데모 대열의 뒷전을 지키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광석은 많은 동기생 및 선후배들과 더불어 학생운동의 방향과 좌표 설정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하는 일에 혼신을 다해 힘썼다.
광석은 지난 2년 동안 학원에 가해진 박 정권의 철퇴와 야당에 가해진 탄압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 모든 행위는 장기집권을 향한 비열한 포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일련의 야비한 칼바람과 맞서 대결하는 동안 광석은 어느덧 학생운동의 중심부에 들어서고 있었다.
6월 초의 어느 날, 광석은 매점에서 우유와 빵을 사는 김에 신문까지 한 부 사 들고 잔디밭에 앉았다. 신문을 펼쳐든 순간, 『사상계』 5월호에 담시(譚詩) 「오적」을 발표한 시인 김지하와 발행인 부완혁, 편집기자 김승균이 연행되었다는 1면 톱기사가 눈에 띄었다. 2일 새벽 신민당사를 급습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단은 당보 10만부를 압수했으며 《민주전선》의 주간 김용성, 편집위원 손주항도 함께 연행해갔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광석이 1970년에 맞게 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두 장면 중 하나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인간의 기본권 중의 하난데 이렇게 법의 이름으로 간단히 단죄를 해서는 안 돼. 결코 법치국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야.’
광석이 눈길을 준 곳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붉디붉은 꽃잎 위로 6월의 싱그러운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1970년대를 특징짓는 필화사건의 서곡은 이렇게 장식되었다. 광석은 표현의 자유가 공안 당국의‘검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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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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