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서 먹고사는 삶] 3. 잘 되었고, 사랑 받았습니다

김신회
김신회 인증된 계정 · 전업작가. 개와 살며 글을 씁니다.
2024/04/04
고등학교 동창인 하루토, 쥰페이, 슌페는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뭉친 절친들이다. 고교 졸업 후 ‘맥베스’라는 개그 트리오를 꾸리며 프로의 세계에 몸담은 이들은 데뷔와 함께 약속 하나를 한다. 십 년 해보고도 뜨지 못하면 깔끔하게 그만두기로. 
세월이 흘러 10년 차 개그맨이 되었지만 여전히 무명에 머물러 있는 세 사람은 새로운 앞날을 위해 해체를 결심한다.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는 뜨지 못한 개그팀이 해체를 마음먹은 후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동안 절로 내 모습을 겹쳐보게 됐다. 열의는 남아 있지만 현실에 좌절해 결국 타협하는 그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사람이 나뿐일까. 누군가는 자신에게도 여전히 달성하고 싶은 꿈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꿈조차 가진 적 없는 인생을 한탄할지 모른다. 다른 누군가는 그들과 비슷한 길을 걷는 자신을 또 한 번 의심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래, 나도 이제는 관두자’며 눈물 삼킨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꿈과 현실과의 괴리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예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연료가 되지만, 어른의 꿈은 삶을 발목잡기도 한다고. 미처 달성하지 못한 꿈은 사람을 외골수로 만든다.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엉뚱한 정류장에 내린 사람처럼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현실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이, 이런 나를 몰라주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그럴 땐 훌쩍 차를 몰고 어딘가로 향한다. 남해는 그중 하나다. 차로 4시간 반을 내리 달려야 닿는 곳임임에도 늘 가고 싶은 이유는 그곳에 아끼는 서점 <아마도 책방>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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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간 에세이를 써왔으며 1인출판사 [여름사람]을 운영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나의 누수 일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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