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는것 ㅣ 신발은 마침표다
2023/11/03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하고 익사한 막냇삼촌은 옷은 그대로 입은 채, 물가에 신발만 가지런히 벗어 놓았다고 했다. 그때 나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는다는 것이 세상과의 '자의적인 이별'을 뜻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는 나이였다.
ㅡ 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리다, 130
몸에 걸치는 모든 것은 패션이다. 우리는 모자를 쓰고(ㅡ쓰다), 반지를 끼고(ㅡ끼우다), 옷을 입고(ㅡ입다), 허리띠를 차고(ㅡ차다), 손가방을 들고(ㅡ들다), 책가방을 메고(ㅡ메다), 목걸이를 걸고(ㅡ걸다), 넥타이를 매고(ㅡ매다), 스카프는 두르고(ㅡ두르다). 마지막에 신을 신는다(ㅡ신다). 패션 소품 종류에 따라 그 목적어를 받는 동사는 모두 제각각이다. 신기한 일이다. 이 모든 동사를 아울러서 " ㅡ착용하다 " 라는 동사 하나로 퉁치면 간단한 것을 굳이 세분화해서 소품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 다른 동사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
아마도 그것은 " 의식주 " 에서 衣가 食과 住에 우선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몸에 걸치는 모든 것이 衣이라면, 衣는 몸에 무게를 더하는 소품이다. 하늘거리는 스카프조차 고유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모든...
@최서우 신다 라는 동사는 오로지 신발 양말을 신다는 것에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죠. 하여튼 독특한 단어예요..
동사 와의 관계가 사람의 팔자와의 관계처람 신이 짜놓은 거물처럼 얽히고 역이어 긍정과 부정을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