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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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좋은 어른 같지?

죄는 자란다. 식물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 토양에 씨가 떨어지고 비와 바람, 볕이 쏟아지면 싹을 틔우고 잎과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어린 인간의 내면에 경험과 환경으로 인한 죄의 씨앗이 박히는 순간 나머지는 수순대로 진행된다. (변수가 거악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그런 변수는 발생 확률이 높지 않다)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에게 버림받는 순간은 영원히 각인된다. 아무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왜 버려져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결국 존재 이유가 흐릿해진다. 갈구하게 된다. 내가 왜 태어났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왜 버려졌지. 다른 애들은 엄마아빠 곁에서 마냥 행복하게 웃고 뛰어노는데 나는 왜. 하루 종일 혼자 있고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하루가 멀다 하고 욕하고 때리고 성폭행을 당해야 하지. 왜 아무도 저들을 막지 않지. 왜 아무도 나를 보호하지 않지. 왜 나는 당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나는 그래도 될 정도의 인간인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은 영역을 슬퍼하며 어두운 상상력으로 채우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 이 모든 죄악과 불행이 나 때문 일리 없으니 결국 나보다 약해 보이는 너 때문이야. 이게 성립해야 내가 조금 버틸 수 있고 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아무도 나를 상관하지 않았으니 나도 (너를 포함한 모두에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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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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