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록, 현재의 기록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2/10/22
방구석에 놓인 작은 상자를 열면, 다양한 노트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약 10년간의 기록이 남아있는 플래너, 그리고 일기장들에 소복이 먼지가 가라앉아 있어요. 뚜껑을 잘 덮어 두었음에도 왜 먼지가 쌓인 건지, 손때가 묻은 노트와 수첩들은 그 덕에 더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곤 합니다.

이전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때론 "이런 생각도 했어?"라며 과거의 내가 신기해요. 한 사람이지만, 마치 여러 사람의 글인양 어색하기도 합니다. 아마, 누구도 보지 않을 공간이기에 더 속마음을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겠죠. 과거의 '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은 일기를 쓰는 대신 플래너에 이것저것 적어놓기도 했었습니다. 그 덕에 한동안은 플래너를 꼭꼭 숨기고 다녔었지요. 나 혼자만의 공간이던, 손때 묻은 수첩에는 많은 일들이 짤막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중에는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이름들을 훑으며 생각보다 더 많은 이별을 겪어왔음을 가늠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들이 반복되다, 어느샌가 기록이라는 것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것은 핑계겠지요. 그저 일상 속 작은 메모 한 줄조차 귀찮아하며 글을 기피하던 시기의 "나"는 이 흔적들 뒤의 다른 흔적들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 그 귀찮음이 많이 아쉽습니다. 10년간 많은 일들이 쌓였었는데, 그 흔적들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니까요. 그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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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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