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4/02/26
1.
앞의 글에 혁명읽는사람님이 댓글을 다셔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는 내 글에 반응을 하지 않으실 모양이다.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느낌인데, 사나운 반응에 대한 걱정 없이 반론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데, 그 아쉬움을 공론에 대한 내 몇 가지 생각을 풀어 보는 것으로 달래볼까 한다. 
마음이 좀 가벼워져서 그런지 지난 번에 다 못 읽은 혁명읽는사람님의 반론 글을 읽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녹음기란 호칭이 정겨울 정도이다. 문득, 술을 마시면서 토론을 하던 중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녹음기라고 부르면서 면박을 주는 장면이 떠올랐다. 구박하고 무안을 주고 화까지 내면서도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내용을 힘써서 다시 정리해 얘기해 준다. 훈훈한 장면일 수도 있겠다. 내가 녹음기란 호칭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일종의 애칭처럼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혹시 혁명읽는사람님이 일종의 유머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떠올랐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다. 

자기가 만든 괴물을 상대하다 패했구려! 고대 그리스의 비극조차도 이보다 안타깝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우리의 녹음기씨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 제가 잘못 이해한 건 아니지 않나요? 나는 틀리지 않았다능. (안경 스윽)" 

난 이 대목을 읽으면서 좀 재미있기도 했고 내가 뭔가 논쟁의 분위기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모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나도 내 나름의 재치와 유머를 짜내어 상대했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마지막 문단을 보니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쓰신 건 아닌 것 같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읽다 보면, 소크라테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가 이해될 만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신탁을 명분 삼아 그리스의 현자들을 찾아가 논쟁을 걸었다. 논쟁은 플라톤의 기록을 따르자면 보통 현자들이 망신을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예의를 갖춰 성의껏 자신이 믿는 바를 설명하던 상대방은 소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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